명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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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수능을 공부하던 시절에나 우연하게 접했던 스토아 철학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스토아 철학의 핵심 개념은 다음과 같다:

  • 나의 삶은 우주 영원 속에서 한 찰나에 불과하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 모든 것은 의견에 지나지 않고, 그 의견은 나에게 달려 있다.
  • 항상 전체를 보고 그 원인과 질료, 목적을 생각하라.
  • 공동체의 유익을 우선하라.

위의 개념들이 지속적으로 다른 관점에서, 다른 수사 방식으로 반복되면서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책의 초반에는 위의 핵심들이 보이지 않고 각 구절 구절을 명언집을 읽듯 독립적으로 대했는데,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위의 개념들이 전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 번을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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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자신의 경험과 교습 능력을 자신의 재능 가운데 가장 하찮은 것으로 여기고 남을 가르칠 때 조급해하지 않는 사람을 그에게서 보았다.

급한 일이 생겼다는 핑계로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요구되는 의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권

그들이 이런 결점을 갖게 된 것은 무엇이 좋고 나쁜지 모르기 때문이다.

불평하면서 죽지 않고, 즐겁고 참되고 신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죽음을 맞고 싶다면 책을 향한 갈증을 버려라!

지식 욕심에 집착하지 말고, 이미 배운 것을 실천하라. 죽음 앞에서도 더 배우고 싶다는 핑계로 도망치지 말라. 스토아 철학에서 독서에 대한 관점을 배웠다. 책을 많이 읽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배운 것을 삶에 적용 하는 것. 학문적 호기심과 지식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마음을 산만하게 하고, 죽음을 평안히 맞는 태도를 방해할 수 있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그 시간을 마음의 평정을 얻는 데 쓰지 않으면 너의 시간도, 너도 사라질 것이고, 두 번 다시 그런 기회가 오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욕망에서 비롯된 과오가 분노에서 비롯된 과오보다 더 무겁다.

당장이라도 세상을 떠날 수 있는 사람처럼 모든 것을 행하고 말하고 생각하라. 신들이 존재한다면, 사람들 곁을 떠난다는 것은 두려워할 일이 아닐지니.

앞서 배운 스토아 철학의 독서에 관한 관점과 연결된다. 우선 실천해야 한다.

자신 안의 신성을 가까이하며 그 신성을 진심으로 섬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처럼 불쌍한 존재는 없다.

3권

공동체의 이익과 연관이 없다면 남들을 생각하느라 네 여생을 허비하지 마라. 이 사람 또는 저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왜 그렇게 할까, 그는 무엇을 말하고 생각하고 노리는 걸까 등등과 같이 너 자신의 지배적인 이성을 가지고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을 생각함으로써 네가 해야 하는 다른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남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고 있는 요즘, 이 구절은 나에게 큰 울림을 준다. 정확하게 그들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를 생각보다 자주 생각하는 시기였다. 그것은 낭비다.

누가 너에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하고 갑자기 물어도 “이것과 이것”이라고 지체 없이 대답할 수 있는 그런 일들만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 쾌락, 향락, 경쟁, 시기, 의심 등 네가 마음속에 품었다고 고백하면 얼굴 붉히게 될 것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이 네 대답으로 즉시 드러나게 될 것이다.

네 생각을 화려하게 치장하지 마라

이제 더는 헤매지 마라. 너는 네 작은 비망록도, 고대 로마인들과 헬라스인들의 행적도, 노후에 읽겠다고 제쳐놓은 그들의 저술 발췌본도 읽을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목표를 향하여 서둘러라. 헛된 희망을 버리고, 자신이 염려된다면 아직 그럴 수 있을 때 너 자신을 돕도록 하라.

4권

[자신을 위한 은신처를 찾는] 것이야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다. 너는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너 자신 속으로 은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자신의 혼보다 더 조용하고 한적한 은신처는 없다.

네 원칙들은 눈앞에 떠올리기만 해도 당장 근심을 모두 쫓아주고 네가 돌아가야 할 것들에게로 아무 불만 없이 너를 보내줄 수 있도록 짧고 근원적이어야 한다.

혼은 일단 분리되어 제 권능을 알고 나면 호흡이 부드럽든 거칠든 간에 호흡과는 섞이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라.

대지 전체가 하나의 점에 불과한데, 네가 살고있는 이곳은 얼마나 작은 모퉁이인가. 그러니 여기서 너에게 찬사를 보내는 자들이 있어봐야 얼마나 되겠으며, 그들은 또 어떤 자들이겠는가.

죽게 마련인 동물로서 사물들을 보라.

불안은 오직 우리 안에 있는 의견에서 기인한다. 네가 보고있는 이 모든 것은 한순간에 변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너 자신이 이미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경험했는지 항상 명심하라. “온 우주는 변화이고, 인생은 의견이다.”

너를 모욕한 자가 판단하는 대로, 또는 네가 판단해주기를 누군가 바라는 대로 사물을 이해하려 하지 마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라.

천년만년 살 것처럼 행동하지 마라. 죽음이 지척에 있다. 살아있는 동안, 할 수 있는 동안 선한 자가 돼라.

우리가 말하고 행하는 것은 십중팔구 불필요한 것이므로, 그것을 버리면 시간의 여유가 생기고 마음의 동요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니 매사에 이것도 불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야한다.

신중하고 올바른 행동으로 현재에서 무언가를 얻도록 하라. 정신을 맑게 하되 긴장하지 마라.

네가 익힌 얼마 안 되는 기술을 사랑하고 편안하게 자신을 맡기도록 하라.

무엇을 행하든 그것에 쏟는 열성은 그 가치와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너는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지 않게 되어, 싫증이 나서 그만두는 일이 없을 것이다.

5권

… 휴식에도 자연은 한계를 정해놓았다. …. 하지만 너는 그 한계를, 충분한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데 행동에서는 더 이상 그렇지 못하고, 네 능력에도 못 미친다. 너는 너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남들의 비난이나 말 때문에 옆길로 끌려들지 말고, 행하거나 말해서 옳은 것이 있으면 너 자신이 그렇게 할 가치가 없다고 여기지 마라. 저들은 저들 나름대로 지배적인 이성을 갖고 있고, 자신들의 충동에 따른다. 너는 그런 것들을 둘러보지 말고, 너 자신의 본성과 보편적 자연에 따라 곧장 걸어가라.

네 마음은 네가 자주 떠올리는 생각과 같아질 것이다. 혼은 생각에 의해 물들기 때문이다.

마음은 자신의 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것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계획을 촉진시킨다. 그리하여 그러한 활동을 방해하려던 것이 그러한 활동에 도움이 되고, 길을 막으려던 것이 길을 열어주게 된다.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지 못할 때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마음이 모든 것의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구절에 큰 공감을 느끼면서, 방해하려던 것이 그런 마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은 어느 정도 위로가 된다. 다만, 그것이 실제로 그렇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머지않아 순식간에 너는 재나 유골이 될 것이며, 이름만, 아니 이름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 하지만 그때가 올때까지 어떻게 하면 만족스럽겠는가? 신들을 공경하고 찬양하는 것,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 사람들을 ‘참고 견디거나’ ‘멀리하는 것’ 말고 또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 가련한 육신과 호흡의 영역 안에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네 것이 아니며 너에게 달려 있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라.

6권

사물이 너무 믿음직해 보이거든 옷을 벗겨서 그것의 무가치함을 꿰뚫어보고 그것이 뻐기는 후광을 걷어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바로 하기로 마음먹는 것 그 자체이다.

남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고, 되도록이면 말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습관을 들여라.

너와 함께 세상에 태어난 사람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벌써 세상을 떠났는가.

7권

네가 갖고 있지 않은 것들에 대해 마치 벌써 갖고 있는 양 연연해하지 마라. 오히려 가진 것 중에 가장 값진 것을 골라, 만약 네가 그것을 갖지 못했다면 얼마나 그것을 갈망했을지 생각해보라.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가되 흥분하지도 나태하지도 위선자가 되지도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인격을 완성하는 것이다.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어떤 사건에 대해 흥분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태함을 다스리는 것 보다 흥분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매일을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면서 흥분하지 않는다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8권

너는 무감각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자들에게 성내지 않을 여유가 있고 아니 그들을 돌봐줄 수도 있다.

예기치 않은 나의 승진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동료들을 보면서 내 감정이 변화했던 데에 대한 반성을 하게된다.

그렇다면 너는 무엇을 위하여 존재하는가? 쾌락을 위하여? 네 지성이 그런 생각을 용납할 수 있을까?

네가 어떤 충동을 느꼈을 때 방해받은 적이 있는가? 네가 네 충동을 무조건 충족시키려 든다면, 그것은 이성적 존재로서의 너에게 악이다. 그러나 네가 그 방해를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너는 해를 입지도 않고 방해를 받지도 않는다.

충동에 집착하면 그 충동을 방해하는 모든 것이 악이된다. 그러나 방해 자체를 일반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순간 방해는 더 이상 악이 아니다. 충동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기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내가 충동에 집착하는 태도에서 오는 것일 수 있다.

어떤 외적인 일로 네가 고통받는다면, 너를 괴롭히는 것은 그 외적인 일이 아니라 그에 대한 너의 판단이다.

행동할 때 굼뜨지 말고, 대화할 때 말을 뒤죽박죽 섞지 말고, 생각할 때 헤매지 마라. … 생활에서 여유를 누리지 못할 정도로 너무 분주하지 마라.

9권

그때그때의 판단이 명홗하고, 그때그때의 행위가 공동체를 지향하고, 그때그때의 심정이 자연스러운 원인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만족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상상을 지워버려라. 충동을 억제하라. 욕망을 꺼라. 지배적 이성을 네 것으로 만들어라.

할 수 있는 한 활동하고, 누가 보아줄까 주위를 둘러보지 마라.

10권

신들은 아첨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성적 존재가 자신들과 같아지기를 원하며…

지금 무엇을 해야할 지 볼 수 있거늘 무엇을 망설이는가. 그것이 보이거든 뒤돌아보지 말고 흔쾌히 그것을 향해 나아가라. 그러나 보이지 않거든 멈춰 서서 가장 훌륭한 조언자에게 물어라.

매사에 이성을 따르는 자는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서도 활동적이고 표정이 밝고 침착하다.

11권

사람들은 서로 경멸하면서 서로 아부하고, 서로 능가하기를 바라면서 서로 굽실댄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람들의 행동이 아니다. 그들의 행동은 그들의 지배적 이성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그들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의견이다.

12권

정의에 따라야만 너는 자유롭고 솔직하게 진리를 말하고, 법과 사물의 가치에 부합하는 일을 행할 수 있다. 그러니 남의 사악함이나 너 자신의 판단이나 남의 말이나 너를 둘러싸고 자란 육신의 감각이 너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 그런 것들은 그런 것들에서 영향을 받는 네 육신이 돌보게 하라.

혼과 육을 철저히 구분하는 스토아 철학의 관점이 잘 드러난다. 실제로는 그렇게 행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마음이 혼란해질 때 가질 수 있는 태도의 하나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도저히 해내지 못할 것 같은 것들도 연습해보라. 많이 써보지 않아 다른 일에는 느린 왼손도 고삐는 오른손보다 더 단단히 잡는다. 왼손은 이 일을 익혀두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에 놀라다니 이 얼마나 가소롭고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인가!

적절하지 않으면 행하지 말고, 진실하지 않으면 말하지 마라. 네 욕구는 너에게 달려 있다.

인간은 매 순간 본인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적으로도 적절한 일인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적절하지 않으면 행하지 말라는 말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내’가 행하는 일은 범법행위가 아닌 이상 ‘내’가 적절하다고 여기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 공동체에 유익한 것 만을 네 행동 목표로 삼아라.

과연 공동체를 내 개인적인 욕심보다 우선할 수 있을까? ‘공동체에 유익한 것이 곧 나에게도 유익한 것일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과 함께, 그러한 태도를 목표로 삼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